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보고 왔습니다만...
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보고 왔는데, 애들이 방학해서 그런지 아주 극장이 바글바글하더군요.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 실제로 영화의 내용 자체도 '스케일이 큰 디즈니 영화' 같았습니다.
보고 나오면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어른 남자들 중 적잖은 숫자는 '재미없다'느니
'유치하다'느니 하는 불평을 늘어놓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냥 동화적 판타지 한편 본다
생각하면 그리 재미없지는 않습니다.

내용 자체는 그야말로 동화적이죠. 요새는 아주 흔해진 (너무 흔해 빠져서 탈인) 이계 소환물.
세계 대전중의 영국에서 공습을 피해 어떤 4남매가 시골 마을로 피난을 떠납니다. 아마 어른
들은 도시에 남아서 전장에 나가거나 군수 공장에서 일해야만 하고, 애들과 노인들은 시골로
피난을 시키는 모양인데... 어쨌든 피난한 4남매는 시골에 있는 어느 노교수의 저택에서 신세
를 지게 되죠. 그러다 그 저택의 외진 방에 있는 어떤 낡은 옷장이 '나니아'라는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나니아라는 세계는 '하얀 마녀'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데, 벌써 백년 동안 겨울만이 계속되고
있는 황량한 땅. 하지만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 4남매'가 나니아의 동서남북 4왕이 되면 평화
가 찾아올 거라는 예언이 있다나 뭐라나... (대개 그런 설정이 많죠. 다른 세계에서 온 애들이
세상에 구원을 가져다 준다느니 하는 설정...) 덕분에 마녀는 우연찮게 나니아로 찾아간 그들
4남매를 죽이려고 노리고, 마녀를 쓰러뜨리려고 군대를 모으는 사자왕 '아슬란'은 이들 남매
를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남매가 숲속을 헤매면서 마녀의 부하인 늑대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착한 동물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는 것은 사실상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 늑대나 착한 동물들은 아무래도 애니
메이션 기법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역시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부드럽고
편안하게 움직이더군요. 사자왕 아슬란의 모습도 상당히 위엄이 있고 표정과 움직임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목소리는 '리암 니슨'인데, 제법 잘 어울리는 듯. 조금만 더 활약을 많이 해
주었더라면 소위 말하는 '큰형님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텐데... 아깝습니다. (쿨럭)

어쨌든 4남매는 이런 험난한 모험을 하면서 (늘 그렇듯이) 전쟁통에 마음이 삭막해지면서 좀
멀어졌던 가족간의 화목을 다시 되찾고, 사자왕 아슬란과 협력하여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
마녀의 군대를 격파합니다. 이 전투씬은 상당히 웅장하기는 하지만, 반지의 제왕을 비롯하여
많은 대형 사극에서 보던 식의 거칠고 처절한 느낌은 없습니다. 애들 영화 답게 전투씬도 꽤
부드러우면서도 되도록 잔인하지 않게 묘사했더군요. 따라서 보면 어째 아기자기하고 애니
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처절한 전투씬을 기대하신다면 다소 실망하실 수도...

그리고 사실 전투씬은 좀 허무하게 끝납니다. 아슬란이 몰래 마녀의 성으로 잠입하여, 마녀를
거역하다 저주에 걸려 거기 붙잡혀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풀어준 다음, 그들을 이끌고 마녀의
군대를 기습하자 싸움은 그대로 끝장나 버리더군요. 마녀 혼자 분전(?)하지만, 사자왕이 덮쳐
한번 물어뜯자 즉사... (물론 물어뜯는 장면은 안 나오고, 그냥 '우엉~'하는 소리만 요란하죠.
애들 영화니까요. 쿨럭...) 사실 4남매중 자매 둘은 별로 한 일이 없고, 형제 둘이 기사 복장을
입고 상당히 분전하더군요. 자매들은 기껏 '백년만에 찾아온 산타클로스'에게 몸을 지킬 무기
까지 받아놓고서는 별로 한일이 없습니다. (먼산)

싸움은 끝나고, 막내 여동생은 산타클로스에게 받아두었던 '무슨 상처든지 한방울로 치료해
주는 약'을 이용하여 부상당한 자기편 기사들을 깨끗이 낫게 해줍니다. 이리하여 나니아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사자왕은 4남매를 나니아의 동서남북 4왕에 임명한 다음, 자기 임무는 끝이
났다는 듯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죠. 그리고 4남매는 나이가 들 때까지 나니아를 통치한 뒤,
숲에서 사슴을 쫓다 까맣게 잊고 있던 옷장 통로를 우연히 다시 찾아내어 저택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택으로 돌아가자 나이가 들었던 남매는 즉시 도로 어린 아이로 돌아가고, 영국에선
불과 몇초밖에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나 뭐라나... 한순간의 꿈과도 같은 모험담이었다는 거죠.

보시다시피 어린 소년 소녀들이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사랑과 용기로 사악한 마녀의 음모를
분쇄하고 왕국에 평화를 가져오면서,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정을 돈독하게 다진다는
전형적인 동화적 스토리. 동화적인 판타지를 다룬 3D CG 애니메이션 한편 보신다고 생각을
하시면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 같은 웅장한 전쟁 사극류 판타지를 기대
하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마지막에 나오는 최후의 전쟁씬도 애들 영화라 그런
건지, 그렇게까지 박진감이 넘치고 처절하지는 않습니다. (화면상으로는 제법 공들여 잘 만들
기는 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라고 만든 영화인지도...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by 고독한별 | 2005/12/29 18:28 | 영화/게임/서적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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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마란스 at 2005/12/29 19:55
이 영화를 아주 잘 표현한 한마디가 있죠. '전쟁신에 낚였다.'
소설은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Commented by 功名誰復論 at 2005/12/29 20:37
이거 원작도 국내에선 안 유명하니 오해가 큰 거 같습니다. 어떤 면에선 우주전쟁 파동도 생각나더군요.
Commented by 핀치 at 2005/12/31 02:14
저는 그런 류의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아서 나니아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왕의 남자를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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