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침몰을 보고 왔습니다만...
영화 일본 침몰을 보고 왔습니다만... 뭐, 그야말로 '일본식 멜로 드라마' 같은
느낌이 풍기던데요. 특수효과는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헐리우드 블록 버스터급
은 아니었습니다. "이게 내가 해야만 하는 사명이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더는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기로 했다"
운운하는, 일본 드라마나 만화 등에서 자주 보던 대사와 장면이 레퍼토리처럼
반복됩니다. (도대체 저 레퍼토리들은 왜 저렇게 장르를 초월하여 죽기 살기로
계속 쓰이는 건지...)

남주인공 초난강씨... 확실히 연기력은 훌륭하지만, 기존의 이미지가 있다보니
심각한 대목에서 자꾸만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거기다,
이 작품에서 남주인공이 결의를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여주인공과의 사랑
이 너무 엉성하게 처리된 듯 싶습니다.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과정은 싸그리
생략해 버리고, 마지막에 서로 부둥켜 안고 분위기 잡는 장면에서 '아아, 우린
서로 사랑했었네~'하는 느낌의 삽입곡만 틀어주면 전부 해결된다는 건지, 원...
세심한 배려가 없으면 사랑 얘기는 유치해질 위험이 꽤 크죠. 일본 침몰에서도
삽입곡이 흘러나올 때 사람들이 죄다 푸훗~하고 실소를 터뜨리지 뭡니까?

다소 만화적이고 틀에 박힌 듯한 일본식 멜로 드라마의 여러 코드(대사와 장면
그리고 캐릭터 등)들을 몰입하여 보실 수 있는 분이 아니라면, 보시면서 아마도
실소를 하실 가능성도 있을 듯 싶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몇번이나
관객들 사이에서 폭소가 아닌 실소가 터져나오더군요. 저는 그래도 일본식 코드
를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소화할 수 있는 처지라 참고 봤습니다만, 과연 다른
분들께서는 그런 '일본식 레퍼토리'를 얼마나 즐기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외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말이 없군요. 일본의 다양한 해상 장비들을
자막까지 동원해 가며 다큐멘터리식으로 소개하는 것부터 영화로서는 다소 문제
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렇게 설명식으로 나열하면 안되죠. 자연스럽게 얘기
속에 설명이 녹아들도록 해야 하는데... 정치적 성향이고 뭐고, 스토리 자체가 꽤
느슨한 편이기 때문에 그런 걸 진지하게 따지기 힘든 영화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얘기는 별로 더이상 할 생각이 없군요. 그냥 뻔한 일본 드라마 한편을 극장에서
보고 오신다고 생각하면 될 듯 싶습니다,
by 고독한별 | 2006/09/02 19:12 | 영화/게임/책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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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크레멘테 at 2006/09/02 20:39
허헉.......-_- 시험 끝나고 일본침몰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말입니다..
그냥 괴물이나 볼까-_-;? 영 평가들이 안좋네요.. 일본 멜로드라마라니.. 사절이야OTL
내가 원하는건 재난영화라구요오오오
Commented by Solitude at 2006/09/02 22:39
웬지 '제목으로 한번 낚아보자' 삘 나서 안봤는데 안보는게 낫겠군요.
Commented by 사나레 at 2006/09/02 23:26
아아..저도 어제 보고 왔는데....중간쯤 보다가 옆의 친구가 140분짜리란 말을 듣고선...한숨을 쉬었습니다;
노래 부분..너무 생뚱맞았어요...
그리고 영화도 영화지만...번역이 너무 난감하더군요;; 일본이란 글자를 잔뜩 빼버리고, 일본인 정서에 관한 것들을 두리뭉실하게 의역해 버리고.. 2번 정도는 전혀 다른 의미로 번역하기까지....
Commented by John at 2006/09/02 23:36
일본영화는 솔직히 조금 작품성이 떨어지는 듯 하더군요...
Commented by akachan at 2006/09/03 07:45
특촬 영화의 특기 감독 출신이 만든 것이다보니 아무래도 드라마가 어색하죠. 그래도 히구치 신지의 전작인 종전의 로렐라이보다야 훨 나아졌다고 봅니다. 그냥 히구치 신지는 특기 감독만 하고 혼방은 다른 감독이 하는 게 좋을 듯...
Commented by 이재범입니다 at 2006/09/04 02:43
원작 소설과 75년도판을 어렵게 구하여 본 저에게는 아예 리메이크도 아닌 뭔 장난친 것으로 보였습니다. 원작을 보면 딱 "일본 끝났다"라는 느낌이 딱 오거든요. 패닉도 그데로.... 한국인인 내가봐도 겁나서 못볼 수준인 75년도판에 비하면 저건 애들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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