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문제가 복잡한 이유는...
이거 다른 곳에 썼던 글인데 약간 수정해서 한번 다시 올려봅니다. 사방에서 지금 광우병
얘기가 난무하여 정신이 없네요. 그렇지만 과학적인 자료는 어지간히 나올 만한 건 전부
제시되었죠.

1. 광우병이 '프리온'이라는 변형 단백질에 의해 유발된다는 건 유력한 가설인 게 맞지만,
그게 확실히 정립된 이론은 아니다. 과학자들 중에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으며, 그
반론이 의외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2. 광우병 걸린 소의 고기와 인간이 걸리는 '인간 광우병' 사이에는 분명히 큰 연관 관계가
있다는 통계적 증거가 있지만, 그 연결 고리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중금속의
경우처럼 몸에 누적되어 일정량 이상이 되면 발병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3. 프리온은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파괴되지 않지만 소화 기관에서는 녹아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럴 경우 프리온은 더이상 프리온이 아니다. 즉,
광우병 걸린 소의 고기를 먹었을 때 프리온이 뇌까지 도달하는 방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프리온이 소화액에 무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아서, 위장을 통과하고 장
에서 그대로 흡수되어 간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4. 지금까지 연구 결과로 볼 때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
은 극히 낮은 것 같다. 그러나 일단 걸렸다 하면 100% 치사율을 보이며 치료법도 없다. 또한
이번 정부 결정은 그 낮은 확률을 높여준다.

5. 발병률과 치사율을 종합한 위험성만으로 따지면 광우병 보다 조류 독감이 더 위험하다.

등등. 별별 과학적 얘기가 다 나오더군요.

이 문제가 복잡한 이유는, 완전히 정치경제적(=정책적)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과학적인 문제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과학적인 근거가 중요한 정책적인
문제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과학적 근거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
고 그게 전부인 것만은 아닌 정치적 문제... 그렇다고 정치적 문제를 분리하여 과학적인
부분만 따져보자니, 그건 사람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고... 이러니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과학적 논의가 광우병 토론에 있어서 필요 조건이기는 해도, 충분 조건은 아닌 것입니다.

가장 비슷한 예는 아마도, '술과 담배'일 겁니다. 과학은 술과 담배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것이 실제로 간암과 폐암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지, 술로 인한 폭력과 담배로
인한 간접 흡연이 주위 사람들과 사회에 과연 해악을 끼치는지 아닌지에 대한 여러가지
연구 결과를 알려 줄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장 금주령과 금연령을 내려야
한다고 결론을 내려주지는 못합니다.

술과 담배를 금지할 것인지, 금지하지 않고 허용한다면 제한을 둘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결국 정책적인 문제. 거기에는 당연히 술과 담배가 정말로 개인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지 안 끼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고려가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금주령과 금연령을 내렸을 때 그것이 과연 지켜질 것이며, 그것을
단속할 방법이 있는지, 그리고 단속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겠
지요.

만약, 어느 정부가 담배 생산을 전면 금지하는 금연법을 제정한다고 예고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다고 가정해보면, 흡연이 직간접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과학적 분석이 없이 이 문제를 다룰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고려를 완전히 배제한다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광우병도 마찬가지. 과학자들은 변형 프리온 가설에 대한 여러가지 연구 결과나, 광우병
감염에 대한 통계 자료 및 그에 바탕한 확률 계산, 그리고 미국의 검역 절차와 예방 시스템
에 대한 분석 결과를 알려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게 현 시점에서는 굉장히 불확실
하고 부족하다는 점은 제쳐두고 라도) 그런 연구 결과가 미국 쇠고기를 수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광우병 관련 토론이 진전이 있으려면, 과학적 분석 + 정치적 고려가 유기적으로 결합
되어 있어야 합니다.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은 부차적인 문제
고, 논의의 핵심은 과학 + 정치죠. 즉, 이 토론이 순수 과학 논쟁으로'만' 진행되기를 바라는
건 어려울 것 같네요. (아마 이 문제를 가지고 '과학 사회학' 하시는 분들은 연구하 거리가 꽤
많으실 겁니다. 그 분들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과학 지식이 결정된다고 보시는 분들이니...)

순수 과학에 정치적 고려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건, 순수 과학을 하시는 분들께는 무척 찜찜
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광우병 파동에 있어서만큼은 그개 현실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과학도 분들께서 이 토론에 단순한 '상식 바로잡기' 이상의 기여를 하시고 싶으시면,
정치적 고려가 반드시 들어간 글을 올리셔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그러나 한쪽만 생각해도 골치
아픈데 양쪽을 다 고려하는 건 난감한 일이고, 세상에 양쪽 분야를 모두 전문적으로 꿰고 있는
사람도 드물죠. 이게 딜레마입니다.

결론은, 매우 비관적이지만, 아마 당분간은 이 끔찍한 논쟁이 계속될 겁니다. 광우병에 치료법
도 없지만, 광우병 논쟁에 치료법도 없습니다. 마지막에는 정치적인 타협이나 힘겨루기로 결말
이 나겠죠. 슬픈 현실입니다.
by 고독한별 | 2008/05/05 07:03 | 잡담/토론/기타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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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ㅁㄴㅇ at 2008/05/05 09:29
또 한가지 있죠. 일본은 전면금지가 나오거나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얼마안가 미국쇠고기수입체계를 신중하고 엄격히하니까 사례가 없지만 영국 같은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정치권에서 괜찮다고 막 홍보하다가 큰꼴당하는 수모를 겪은 사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영국의 농림부장관이 안전하다는 것을 딸에게 햄버거를 먹이면서 홍보하려다 몇 십년 뒤 그 딸은 광우병으로 죽습니다. 거기에다가 그 몇십년 동안 숨겼다는군요. 우리나라도 이럴까봐 약간 걱정되죠. 거기에다가 검사가 철저한게 아닌 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전면개방'면에서 이니 광우병 뿐만아니라 여러가지로 걱정하는 겁니다.
밑은 위의 사례에 대한 글인 참고 사이트 입니다.
http://blog.daum.net/_haesol/3853500
ps. 극히 낮은 확률은 발병돼어 죽은 사람들의 수를 조사해서 얻은 결론이기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증거이죠. 그리고 반론은 그다지 유력하지 않습니다. 프리온 가설이 절대적으로 유력하기에...그리고 그 연구결과는 아직 없거나 인간에게 아직 실험하지 않은 연구이기에 이것또한 설득력이 떨어지죠. 결론은 단지 급상승된 공포심을 낮추기 위해 떠도는 이야기입니다.
Commented by 예기 at 2008/05/05 10:49
민주당 공천심사에 참여했던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블로그에 있던 글중 일부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역시 마찬가지다.
정작 FTA 체결을 이끌어 낸 정부는 전 정부다, 그리고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것도 전 정권이다. 아울러 쇠고기에 뼈가 붙어 있다는 이유로 반송했다가 미국에게 된통 당하고, 뼈있는 쇠고기 수입의 물꼬를 터준 것도 전 정부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지금 민주당은 당시의 여당이었다."

그리고 글의 말미엔
"여론의 눈치만보고 당장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야당은 필요없다.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지난 선거에서 ‘80석 이나’ 준 것은 국민의 관용이지 애정이 아니다, 총선에서 너도나도 뉴타운을 따라하고 베낀다음 뒤늦게 ‘속았다’고 말하는 것은, 한나라당 박근혜의원의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라는 말을 그대로 표절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민주당이 같이 국민을 속인 것이지, 대체 누구에게 무엇을 속았다는 말인가?
지금 민주당이 할 말은 ‘속았다’가 아니라. 더이상은 ‘속이지 않겠다’ 이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
Commented by 코토네 at 2008/05/05 15:24
프리온이 소화 기관에서는 녹아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된다는 얘기는... 쇠고기를 대량으로 자주 섭취하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는 얘기일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Lina at 2008/05/05 16:37
전체적으로 맞게 이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근거 없이 떡밥 던지는 글들은 믿지 마시고요.. 한국 신문 기사도 낚시글 투성이더군요. 제대로 된 논문이나 wikipedia, 외국 신문기사들은 그럭저럭.. 대놓고 거짓말은 안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치의 문제니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분들에겐 동의하고 때론 도움도 주곤 하는데... 과학적 사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분들은 저로선 어쩔 수 없더군요. (You only see what your eyes want to see 랄까.) 지난 대선 내내 반MB 운동 하고 다녔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저보고 한나라당 알바라는 말은 차마 못합디다마는..

Commented by dunkbear at 2008/05/05 19:39
광우병의 과학적인 접근과는 별개로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보여준 정부의
퍼주기식 행태는 큰 문제죠.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이 확인되도 수입금지를 못하고
수입되는 쇠고기에 대한 전수검사라는 본연의 권리마저 포기하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
Commented by ZECK-LE at 2008/05/06 20:32
대통령 바뀌었다고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협상태도가 바뀌고 켐프 데이비드 가서 골프킷트 운전하고 싶어서 저런 생쇼를 한 것이 과연 대한민국 정부였나 의심스럽습니다.

어린쥐, 숭예문 국민성금 재건, 오해 스리즈등 각종 사태가 쌓이고 쌓여 폭팔한 것이 이번 소고기 문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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