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로 리카에게 주어진 상황은 이렇죠. 1. 리카는 100년 동안 무수히 죽어가면서 싸우고 싸운 끝에 겨우 손에 넣은 행복한 세계에서 어이없이 죽어, 또다른 세계로 날려가 버렸다. 2. 그 세계에는 하뉴가 간섭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다. 3. 따라서 하뉴의 힘으로 다시 원래 세계에 돌아가고 싶다면, 그 방해물을 제거해야 한다. 4. 그 방해물은 리카의 어머니이며, 따라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면 패륜을 저질러야 한다. 또한 방해물은 제한된 시간 내에만 제거가 가능하다. 5. 이 세계는 리카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고 있는 이상향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리카는, 존속 살해라는 패륜을 저지르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이 이상적인 세계에 남든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결정을 미루고 머뭇거리다가 제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 세계에 머무르게 되든지... 어느 쪽이든 선택을 강요당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하뉴에게 상담을 하지만, 하뉴도 이번만큼은 리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결정을 내리라면서 전혀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는군요. 오히려 오랜 세월 전에, 하뉴 자신도 딸 (리카의 조상)에게 살해당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리카를 더더욱 정신적으로 압박합니다. 저게 어디가 '참고'하라고 들려주는 이야기인지... 아무리 들어도 정신적으로 더 압박하는 걸로 밖에는 들리지 않더군요. OTL 이번편은 정말 대사가 많습니다. 거의 성우분들의 대사로 다 때우는 느낌입니다. 드라마 CD가 아니면 픽쳐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더군요. 그리고 그런 대사들이 거의 대부분 심오한(?) 인생 철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식으로, 애니메이션의 에피소드 하나를 거의 다 할애 하여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전개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대학 철학 강의 시간도 아니고, 철학 교과서나 토론회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건, 영상물로서의 이점을 스스로 깎아버리기 십상이라는 것이 저의 지론이거든요. 뭐,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철학을 공부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들이 계속 나오는 게 식상하게 들렸을 뿐, 철학을 모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흥미만점인 에피소드였을 수 도 있겠습니다. 사실 애니메이션 감상이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이니까요. 그렇기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서는 이번 한편 내내 계속된 장황한 인생 철학 토론 및 강의가 상당히 지루했습니다. OTL 어쨌든 하뉴와의 연결이 끊어지고, '자기 힘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도망치지 않고 선택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 리카. 그런데 다음 순간, 리카가 갑자기 원래의 세계 병원에서 벌떡 눈을 뜹니다. 이거 뭐죠? 겨우 리카가 마음을 잡고 결의를 다졌는데... 리카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두근두근하며 지켜볼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린 것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전개였습니다. OTL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어리둥절해 하는 리카 앞에 나타난 하뉴. 하뉴는 좀전에 리카가 경험했던 세계는 그저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하는군요. 알고 보니, 리카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하뉴가 보여준 꿈인 듯. 그렇지만, 리카는 아무래도 자기가 끝내 어머니에게 패륜을 저지르고 원래 세계로 돌아오는 건데, 그저 기억을 못할 뿐인 것 같아 죄책감을 씻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교통 사고를 당한 이후 의식을 잃고 있던 리카가 마침내 깨어난 것을 기뻐하며 친구들이 달려오고, 리카가 그들에게 '꿈'이야기를 들려주자, 또 한바탕 인생 철학 토론이 펼쳐집니다. 하뉴는 뭐 오랜 세월을 살아온 신이니까 그렇다 쳐도, 아직 어린 애들이 리카에게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다'라면서 심오한 철학 강의를 늘어놓으며 남은 상영 시간을 다 잡아먹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지루했습니다. 그냥 이런 식으로 억지로 정답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어느 쪽이 옳은지는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열린 결말을 보여줄 수는 없었을지... 어쨌거나 이 에피소드에서 장황하게 설명된 '정답'은 이렇습니다. 레나는 왼손에 든 사탕과 오른손에 든 사탕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수 있듯이, 인생도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있으므로 다른 한쪽을 선택하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고 리카를 훈계합니다. 그 설명에 납득한 리카는, 자기가 '신'도 아닌데 너무 오만하게 생각하여 고민을 자초했다면서 반성하고 죄책감을 떨쳐버린다는 건데요. 글쎄요. 저런 '가르침'으로 납득해도 과연 좋은 걸까요? OTL 뭐,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 버린 이상 그쪽이 현실이니, 선택하지 않은 또다른 선택지에 아무리 미련을 가져봐야 소용없다는 말에는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엔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부모님의 따뜻한 보호 아래에서 살아야 행복한 것이고, 범죄를 저지르고 죄책감 속에서 살면 불행한 거라는 법은 없다는 말에도 일리가 없지 않죠. (아, 물론 저런 인생 철학론에 대해 반론도 있습니다만, 그걸 일일이 언급하는 건 또다른 철학 강의 처럼 되어버리기 십상이니 여기선 그냥 넘어가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생 철학론을 듣고 리카가 납득을 해버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것이 이 작품에서 내린 결론인양 끝을 맺은 것은, 저에겐 지금까지 봐왔던 쓰르라미라는 작품의 주제를 뒤흔들어 버린 듯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쓰르라미라는 작품의 기본 플롯은 리카와 그 친구들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실패를 반복해가며 배우고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다음번에는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고민하고, 전의 세계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여, 조금 더 나은 세계 를 향해서 계속 도전함으로써, 마침내 100년만에 처음으로 희망이 보이는 미래를 쟁취해 내는데 성공하는 이야기로 이해했던 겁니다. 사실 이건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도 그런 단서가 곳곳에서 주어집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얻어낸 무수한 고난의 산물이기 때문에, 이 '친구들과 함께 노력해서 일구어낸 세계' 에는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얘기가 실제로 리카의 입을 통해 작중에도 나오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살든지 저렇게 살든지 결국은 똑같다' '우리는 여러 세계를 모두 경험해 볼 수는 없다'는 말을 하고 그걸로 납득해 버린다면, 좀더 나은 인생을 위해 여러 세계를 경험하며 고민하고 싸워온 지금까지의 과정은, 그럼 뭐가 되는지 굉장히 의문스러웠던 것입니다. 레나가 사용했던 왼손에 쥔 사탕과 오른손에 쥔 사탕의 예를 들어 보면, 레나는 '우리는 둘 중에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이 작품은 왼손에 쥔 사탕을 먹어보고 '그 속에 든 독'을 먹고 한번 죽은 다음, 다시 전의 실패를 거울 삼아 왼손을 택하지 않고 오른손을 택하는 식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둘 중에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이 설령 일반적으로는 맞다고 쳐도, 최소한 이 쓰르라미라는 작품의 세계관에서는 가장 근본적인 전제와 모순되는 얘기라고 할 수 있죠. 그런 근본을 뒤엎는 장황한 설명을 듣고 납득한다면, 당장 패륜을 저질렀다는 죄책감(물론 나중 에 하뉴가 그건 정말로 꿈이었다면서 면죄부를 확실히 부여하고, 기억까지 지워버립니다만...)은 면할 수 있겠으나, 그 대신 그렇게 패륜적인 존속 살해를 고민하면서까지 돌아오고 싶었던 바로 이 '친구들과 함께 싸워서 쟁취한 특별한 세계'의 가치를 부정하는 건,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여러 세계에 대한 기억이 없는 다른 친구들은 몰라도, 리카만큼은 이런 설명에 납득해서는 안됩니다.) 앞서 이번에 제시된 인생 철학에 반론도 있다고 했는데, 바로 이게 중요한 반론입니다. 여러가지 삶의 방식에는 각자 나름대로 가치가 있으며, 그 때문에 각각의 우열을 함부로 나눌 수는 없다는 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열을 '전혀' 나눌 수도 없다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죠.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성실한 인생이, 살인범의 인생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고 장담할 순 없겠으나, 그렇다고 부모를 죽인 살인범의 인생보다 나을 게 없다고 해버려도 되겠습니까? 바로 그런 논리가 되겠습니다. (헐헐) 그런 점에서는, 기껏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픽쳐 드라마에 가깝도록 지루한 인생 철학 강좌를 하긴 했지만, 오히려 작품의 내에서 자기 모순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기분도 들더군요. 지루한 건 그렇다 쳐도, 과연 이번 에피소드에서 리카가 납득한 방식이 지금까지 보여준 쓰르라미 의 주제와 모순이 되는지 어떤지는, 내용 있는 작품을 지향한다면 의외로 심각한 결함이 될 가능성 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심오한 애니메이션 비평을 쓰는 게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의 감상을 쓰는 것이므로, 간략한 개인 소견 이상의 본격적인 분석과 논의는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다음편에서는 OVA 마지막을 가벼운 서비스 에피소드로 장식할 모양입니다. 차라리 저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헐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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