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토 준이치' 감독의 잡지 인터뷰 하나가 2ch에서 화제더군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
에서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기획과 관련해 자꾸만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
나온 모양입니다. 사진 속의 잡지 기사는 읽기 어렵습니다만, 2ch에서 단편적으로 요약 정리해
놓은 글을 읽어 보니까, 약 10년쯤 전에는 좀더 기획폭이 넓었기 때문에 근 미래를 무대로 삼을
수도 있었고, 소녀와 로봇이 나올 수도 있었으며, '이(異)세계'가 무대일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기획 시점에서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이 되었다는 푸념(?)이 나온 듯합니다.
특히나 예전과는 달리 갈수록 담당 프로듀서가 요구하는 것이 구체적이고 분명해지고 있다네요.
과거에는 '쇼킹한 요소가 있는 편이 좋다'는 식으로 포괄적인 요구를 해왔다면 요즘에는 '학원물
로, 여자 아이가 여럿 나오고, 큰 드라마는 없으며,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건도 없고, 연애도 없는
작품을 만들어 주십시오'하는 식으로 상당히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점점
만들 수 있는 게 줄어든다는 거죠.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저 예시대로 만든다면 딱 케이온 같은
학원 일상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식으로 '케이온'이 히트를 쳤다 싶으면 '여자 아이가 4명 나오는 학원물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나오지만, '마도카 마기카'가 히트를 쳤다 싶으면 이번에는 '귀엽지만 다크한 캐릭터가
나와야 한다'는 식으로 (QB를 염두에 둔 요구인 듯?) 요구 조건이 바뀐답니다. 담당 프로듀서
의 요구는 이렇게 항상 대박 작품을 쫓아가는 형식으로 주어진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작품
하나가 히트를 쳐서 다들 비슷한 작품만 만들고 있을 때, 거기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대박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인데, 돈줄을 쥐고 있는 프로듀서가 저렇게 나오면 그게 쉽지 않다
는 얘기겠죠.
그런 의미에서 '케이온' 붐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마도카 마기카'라는 완전
이 성향이 다른 작품을 과감히 시도해서 성공시킨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는 평도 나온 듯
합니다. 2ch에 올라온 단편적인 내용만 읽었을 뿐이지만 사토 준이치 감독으로서는 기획 단계
에서 담당 프로듀서의 요구가 갈수록 구체적이 되어가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추세가 정말
답답하신 모양입니다. 특히나 그런 요구 조건들이, 주로 최근에 대박을 친 작품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한발 늦게 뒤쫓아 가는 방향으로 주어지니 더더욱 안타까우신 것 같습니다.
뭐, 프로듀서는 투자 수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니 이미 검증된 노선을 따라서 안전하게 가자는
쪽이겠고, 애니메이션 감독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니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은 거겠죠. 서로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원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하여튼 요즘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기사였던 것 같습니다. 어딘
가 풀 버전이 없나 궁금하군요. (헐헐)
PS) 그러고 보니, 마도카 마기카의 각본가 '우로부치 겐'씨도 인터뷰를 통해 '요즘 라이트노벨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가는 중간 단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
기획서 정도로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소설은 소설 나름대로 잘 써야 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는
루머도 있더군요. (설마 누가 낚시를 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나
원본 링크 등이 없으므로 루머 취급. 하도 많이 낚여서 말이죠. OTL)
저 인터뷰 기사가 정말 우로부치 겐씨가 한 말이 맞다는 전제하에서, 일단 공감이 가는 얘기이기
는 힙니다만, 많은 라이트노벨 작가들 (특히 신인 작가들)이 애니메이션화에 집착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작가분들 중에 건강이 안 좋으신 분이 많다는 말은 그만큼 고생을 많이 하셨
다는 뜻. 그렇게 건강을 망칠 정도로 다년간 고생한 만큼, 보상을 받고 싶으신 건 인지상정이겠죠.
작가의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보상은 바로 돈과 명예인데, 작품이 애니메이션화가
되어서 잘만 만들어지면 판매량이 늘어나고 돈과 명성을 얻을 수 있으니 '내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그 날'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버리기는 현실적으로 힘이 들 것 같습니
다. 뭐, 우로부치 겐씨께서도 그런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현 상황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보고 싶습니다만... 하여튼 어려운 문제네요.
덧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OTL
...아즈망가군요 OTL
결국 프로듀서도 월급쟁이이고, 위쪽라인은 나이도 많고 아니메와 거의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니 설득을 위해서는 다른 성공사례를 들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듀서가 나댄다기보다 거꾸로 프로듀서의 권한이 너무 없어지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XX 프로듀서라면 믿고 맡길수 있어! 그러니 투자해 보지' 라는 분위기가 안된다는거죠. 믿을 수 있는 근거를 더 들이대야 합니다. 이것은 다작이 되면서 일어난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래도 프로듀서 정도면 어느정도 현장이랑 직접 부딛히는 사람들이니까 어디가 문제인지 정도는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면에서 신뢰받는 유명 프로듀서가 생기는것은 장기적으로 볼때 업계로서는 좋은 일이고, 또 중요한 일입니다.
투자사 측은 수익이 가장 중요해서 생기는 갈등인것 같네요.
일상계 애니는 처참하게 망해도 3천장이상 팔리고, 최근 몇년간 일상계 애니 매출평균치를 보면 6~7천장정도가 팔리는게 현실이죠.
반면, 시귀,다다미,납치사고요 등 작품성이나 질 중시 애니메이션은 망했을 경우 500장이 최저라인이고, 평균매출을 보면 대략 2천장 ;;
마도카는 질중시 작품 수십개 만들어서 겨우 한두개가 나올만한, 굉장히 드문 케이스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만들기도 쉽고, 안정된 수익이 보장된, 일상계 애니 쪽이, 현명한 판단이 되겠네요.
사실 이런식의 사태는 단순히 아니매 뿐만 아니라 어느 대중미디어; 한국막장 드라마라든지 미국드라마든지... 다 공통되는 특징입니다. 색다를것도 없지요... 결국 어느 누구가 특별한 시도를해서 관점을 한번 바꾸지 않는한 히트시리즈의 양산은 계속 될겁니다. 마도카에게 감사해야지요.
"어두운 소재의 마법소녀물"이라는 구체적인 방향성까지 잡고, 우로부치에게 그쪽방향으로 각본을 써달라고 주문한것도 이와카미 프로듀서죠.
직접 쓴건 우로부치지만서도 말이죠
마도카 제작에 공헌도를 보면,,
이와카미=1, 우로부치=1 , 신보감독= 1
그밖에 샤프트스탭진+이누카미+우메캐릭원안+음악담당 = 1 ~ 1.5 정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