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카이샤 FICTIONS 신인상 심사위원들의 좌담회가 재미있군요.

http://sai-zen-sen.jp/works/extras/sfa005/01/01.html

2012년 봄 '세이카이샤'(星海社) FICTIONS 신인상은 수상작을 내지 못한 것 같은데요. 그
심사위원들의 좌담회 기사가 올라왔더군요. 굉장히 길기는 하지만 몇가지 재미있는 사항들
이 눈길을 끌어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주로 심사위원들이 어떤 작품을 읽고서 '이러이러한
점은 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형식이죠. 대충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다른 출판사의 신인상에서 떨어진 작품을 고쳐서 우리 출판사의 신인상에 다시 응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낙선작들 중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고, 실제로 고쳐서 다시 응모해 신인상을 받은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프로 작가
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작품의 재활용 보다는 새로운 작품을 많이 써보기 바란다.

2. SF나 판타지에서 세계관 설정에 신경써 주기를 바란다. 배경이 현대가 아닌 작품이라면,
세계관을 굳이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심사를 하다
보면, '이 작품은 그냥 우리가 사는 현대를 배경으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느낌이 드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세계를 그럴 듯하게 꾸미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어려우며,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하는 등 구상을 정말 많이 해야 한다는 사실도 명심하시라.

3. 매번 신인상 때마다 빠짐없이 추리 소설을 투고하는 작가 지망생이 있는데, 앞부분 50페
이지 정도를 읽어도 아무런 그림이 떠오르지 않아서 전혀 재미없었다. 비슷한 사례로 뒤쪽
몇페이지에서부터는 정말 재미 있어진다고 주장하는 투고작도 있지만, 그 '재미있는 부분'
까지 독자가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독자는 당신
의 작품을 아예 읽지도 않거나, 몇페이지쯤 읽다가 중간에서 그만둘 수 있는 막강한 선택권
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하지 마시라.

4. 하지만 거꾸로 앞부분 50페이지는 무진장 재미있었는데, 뒷부분이 불만족스러운 작품도
있다. 16세의 청소년이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쓴 작품이 있는데, 처음에는 정말 재미있었지
만 후반에 가서 디테일에 문제가 생기면서 흐지부지 끝난 느낌이 있었다. 앞부분이 너무나
재미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앞부분만 재미있고 뒷부분이 엉망인 용두사미도 문제다. '영화
예고편만 재미있더라'는 불평을 자주 듣지 않는가? 작품의 일부만 재미있으면 안되며 결국
전체적인 균형과 배분을 고려해야 한다.

5. 지나치게 문학적이고 고풍스러운 작품을 투고하는 경우도 있는데 재미만 있으면 상관없
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딱딱하고 고루해 보이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문체가 상당히
문학적이고 고풍스럽다면, 한번쯤 라이트 노벨을 좀더 많이 읽어보는 것도 좋다. 문학적인
분위기의 작품이면서 여느 라이트노벨 보다 재미있는 작품을 기대한다.

6. 누군가 잘 요약해서 정리해주는 개요만 들으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작품을
읽어보면 문장력과 표현력의 부족으로 읽기가 정말 괴로운 경우도 많아서 아쉽다.

7. 거꾸로 어렸을 때부터 계속 투고해 오는 청소년 작가 지망생이 있는데, 해가 갈수록 문장
력이 성장하여 점점 제대로 된 소설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점은 반갑지만, 그 대신 이야기가
자꾸만 시시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신선했던 '초기 충동'이 사라지고 있는 모양인데, 아직은
한참 젊으니만큼 연애도 해보면서 인생 경험을 좀더 많이 쌓기를 바란다.

8. 과거 스피디했던 시절의 작가라면 단 3줄로 쓸 수 있는 내용을, 요즘 라이트노벨의 장황
한 문체의 영향을 받아 10페이지에 걸쳐서 길게 늘여쓰는 사람이 있는데, 최근에 유행하는
1인칭의 수다스러운 문체는 천재가 워낙 많아서 함부로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과거
시절 이야기 전개가 스피디했던 시절의 명작을 다시 읽어보고 공부해 볼 것을 추천한다.

9. 최근 시사를 반영하여 '핵'을 소재로 하는 작품도 있는데, 풍자가 너무 직접적이라, 방사
능의 위험이 현실인 입장에서는 읽기 부담스럽다. 같은 지망생의 투고작을 3작품 읽었는데,
자신이 진정으로 쓰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그냥 그때 그때마다 적당한
테마를 선택하고 있는 것 같다.

10. 요즘은 워드 프로세서로 소설을 쓰기 때문에 그 절반으로 끝낼 수 있는 내용을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려쓰는 사례가 많다. 원고지에 자필로 소설을 쓰던 시절에는 체력적으로 무작정
길게 쓸 수 없는지라 이 문장이 꼭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너무 쓸데없이 길어서 탈락한 작품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주기 바란다. 너무 길면
이야기가 가벼워지기도 한다. 또한 편집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평균적으로 2할씩 분량을 줄여
주면 좋겠다.

11.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높았는데 이 신인상의 성향과 맞지 않아서 아쉽게도 탈락시킬 수밖
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문고에 작품을 응모하려는 사람은 우선 한번 '자신의 책이 이 문
고의 로고를 붙여서 서점에 진열된 모습'을 상상하고 이미지에 어울리는지 생각해주면 좋겠다.

가벼운 좌담회 분위기인지라 농담도 많아서, 제가 잘못 이해하고 요약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 대충 눈에 띄는 건 이 정도네요. 수상작은 없었지만, 뭔가 한 2% 부족해서 탈락시키기는
했어도 가능성이 있는 작품은 많았다고 합니다. 심사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자료 조사를 충
실하게 한 역사 소설이라든지, 진짜 제대로 된 미스터리라든지,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경험에
서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작가가 캐릭터 및 스토리를 확실히 잡고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가면서 쓴 작품 (경제라면 경제, 메카닉이라면 메카닉) 등을 보고 싶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꽤 흥미로운 글이네요.

덧글

  • marcel 2012/07/04 21:43 # 삭제 답글

    8번, 10번...인기 라노벨 작가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죠. 1인칭 시점의 말장난, 쓸데없이 장황한 서술이나 묘사로만 수십 페이지를 해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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