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사제 관계에 대한 기사

미야자키 하야오와 에반게리온 - 안노 히데아키의 나우시카 사랑 (문예춘추 웹 기사)

일본의 문예춘추 웹에서 4월 9일까지 기간 한정으로 공개한 기사가 화제더군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사제 관계 및 라이벌 관계에 대해서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는 내용인데요. 스즈키 프로듀서는 두 사람이 만난 것
은, 극장판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년 공개) 제작 현장이었다면서, 제작이
늦어 '비상 사태 선언'이 나온 시점에서, 오사카 예술대학을 그만두고 얼마 안된 안노 히데
아키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업장에 나타났다고 회상하고 있습니다.

당시 안노 감독은 당시 자신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원화를 지참하고 있었는데요. 스즈키
프로듀서의 증언에 따르면 마치 무사 수행중에 한수 겨뤄보자고 (흔히 '도장 파괴'라고 말
하는...) 온 듯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즉시 그 젊은 신인을 '원화
담당'으로 채용했다는군요. 신인 애니메이터가 우선 동화 제작부터 배운 다음에 경험을 쌓
고 원화 담당으로 올라가는 것을 감안하면 통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답니다.

미야자키 감독이 안노를 대뜸 원화맨으로 기용한 것은 그림 솜씨는 물론이요, 그 풍모가 비
범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지금도 그렇지만, 안노 감독에게는 '테러리스트' 적인 분위기
가 있다는 게 스즈키 프로듀서의 평입니다. 장신으로 외국인 같은 생김새, 이야기할 때에는
눈동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데, 자세히 보면 그 눈이 맑은 것이 마치 순교자 같아서 오히려
무섭다는 거죠. 거기가 채용하고 났더니만 주소가 없더랍니다. 문자 그대로 가방 하나만 들
고 상경한 것.

이후 안노 히데아키는 줄곧 작업장에서 숙박하면서, 하루종일 원화를 그리고 거기서 잔 다음
일어나면 또 원화를 그리는 생활을 했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그에게 맡긴 것은 바로
'거신병의 붕괴' 장면. 세세한 움직임으로 손이 많이 가는 장면인지라 원화맨이라면 꺼려지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장면을 미야자키 감독이 '완전한 신인'에게
맡긴 이유는 그림 실력 이상으로 몸에서부터 발산되는 에너지랄까 살기 같은 것을 느꼈기 때
문이라고 합니다.

거신병 붕괴 장면은 시간으로 따지면 약 90초 정도의 장면이지만, 안노의 거신병의 움직임을
보면 굉장히 찰지다는 느낌이 드는데, 적당히 힘조절을 하는 방법을 터득한 베테랑 원화맨이
라면 그러한 찰진 느낌은 절대로 낼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적절하게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신인이었기 때문에 그릴 수 있었던 장면이고, 그점을 간파한 미야자키 감독의 안목도
대단하다는 게 스즈키 프로듀서의 평입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원화를 체크하면서 이것저것
고치기로 유명한데, 이 거신병 부분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하네요.

나우시카 이후로 안노 감독은 미야자키 감독의 일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의 묘'가 제작될 당시 또다시 '도장 파괴'라도 하려는 듯한 분위기로 지브리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타카하타 감독과의 인연도 그 한번뿐. 마치 무사 수행 도중에 한번
문을 두들겨 상대방의 실력을 확인해 본 다음 '미야자키나 타카하타에 대해서 대충 알 것 같다'
고 떠나간 듯한 인상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방영되어 일대 붐을 일으키게 되었는데, 미야자키 감독은 에반
게리온의 그림을 한번 보고는 '이건 거신병이네'라고 말했으며, 스즈키 프로듀서도 거기에 동의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장 안노 히데아키 특촬 박물관' 전시회가 도쿄도 현대미술관에서 개최
되었을 때, 스즈키 프로듀서가 붙인 캐치카피는 '에바의 원점은 울트라맨과 거신병' 이라는 것이
었답니다. 안노 감독을 만나면, 가끔 '나우시카의 속편을 내가 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
도 한다는데요. 에바 뿐만 아니라 '나우시카'도 자기 나름대로 뒷이야기를 만들어 놓았다는군요.
그만큼 안노 감독도 나우시카에 푹 빠져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안노 감독의 아주 정직한 작품 만들기를 칭찬한다고 하며, 안노 감독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야자키 감독과 스즈키 프로듀서를 만나러 올 정도로 친하다고 합니다. 그
렇지만 작품과 관련해서는 용서가 없어서, 서로 치열한 사제 대결을 벌이기도 하고 상대방의 작
품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한답니다. 스즈키 토시오씨는 영화가 사회 현상이 되기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분전하고 있는 게 바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라며, 앞으로 10년
은 안노 히데아키의 시대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내놓으셨더라고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올해 새로 내놓는 신작 극장판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風立ちぬ)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영식 함상전투기(제로센)의 개발자인 '호리코시 지로'의 생애를 그린 작품
이라고 합니다만,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이에 대해 '제로센이 나는 장면이 있으면 그리게 해주십
시오'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답니다. 만약 정말 실현된다면 나우시카 이래로 29년만에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에 참여하게 되는 거라고 하는데요. 스즈키 토시오씨는 새로운 사제대결을 볼 수 있
을지 모르겠다는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말을 맺고 계십니다. 흥미로운 기사네요.

덧글

  • 잠본이 2013/01/18 00:30 # 답글

    안노가 나우시카를 새로 만든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지옥이 될듯한 예감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Rohan 2013/01/18 00:49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안노는 바로 채용되어 바로 원화를 했군요.. 대단합니다.
  • 존다리안 2013/01/18 09:38 # 답글

    안노는 애당초 비범한 자였군요.
    그러고 보니 생긴 것도 왠지 겐도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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