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변형 자이로제터 총감독, 술에 취해 장문의 트윗을 썼다가 삭제

(출처: https://twitter.com/takama2_shinji/status/383151007728803840)

애니메이션 '초속변형 자이로제터'의 총감독인 '타카마츠 신지'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간밤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이로제터에 대한 장문의 글을 쓰셨다가, 아침에 술이 깨
고 나서 (무슨 항의를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의 전부 지워버리신 모양입니다. 그리
고는 '술취한 상태에서는 트위터를 하는 게 아니었다' '자이로제터가 좋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아 폐를 끼쳤다'라고 후회하는 모습까지 보이시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궁금했는데 일웹에 지워진 트윗의 내용이 자세히 남아 있더
군요. 대충 정리해서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나에게 있어서 '자이로제터'는 '러브코메디' 같은 작품이었다. 최악의 만남으로 시작했
지만, 마지막에는 너무나도 좋아하게 되었으니 딱 '러브코메디'가 아닌가?

2. 애니메이션판 자이로제터는 기획이 시작되었을 때, 모든 설정이 이미 스퀘어 에닉스쪽
에서 결정되어 있었다. 캐릭터들의 이름이나 프로필은 물론, '절망적으로 멋지다' '이나바
우어' 같은 말버릇까지 구체적으로 다 정해져 있었다.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는 타임 패러
독스나 기타 중요한 설정도 이미 모두 결정된 상태였다.

3. '설마 이대로만 하라는 건 아니겠지'라고 우습게 여기고 있었는데, 설정을 자세히 보니,
딴지 걸고 싶은 부분이 가득했다. 가령, 제논의 수령인 고트의 목적은 카케루의 말살인데,
아버지가 매스컴을 통해 말살 대상인 아들의 중요 정보를 전세계에 전하고 있다는 점 등.

4.. 실제 기획 단계에서는 감독으로서의 일을 아무 것도 시켜주지 않았는데, '제 1화에서
비밀기지를 적이 급습한다'는 등, 비밀 기지의 정체성을 전부 부정하는 원작을 강요당했
을 때에는 정말로 그만두고 싶었다. 그래서는 제 2화부터 전면전이 되어 1년 동안 끌어갈
수가 없잖아!

5. 하지만 이렇게 '모든 설정이 상세하게 정해져 있지만 드라마가 없는' 상태로부터 애니
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이 점점 재미있어졌다. 이치에 맞게끔 여러가지를 끼워맞춰 이야기
를 만드는 작업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6. 가령, 소타가 '적에게 세뇌당해서 이레이저01이 된 카케루의 소꿉친구이자 총사령관의
아들'이라는 설정은 정해져 있었지만,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정
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절망적'이라는 카케루의 말버릇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와 연관
지어 과거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7. 그런 점을 시나리오 회의에서 생각해 냈을 때, 처음으로 캐릭터가 애니메이션 속에서
숨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제논이 어째서 소타를 납치했는지, 소타의 어머니는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등, 자세히 묘사하지 않고 회피한 문제도 엄청나게 많다.

8. 그렇게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다음부터는, 캐릭터들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
다. 거기서부터 일이 굉장히 즐거워졌다.

9. 가령, 하루카와 슌스케는 처음 단계에서는 그런 식으로 커플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
하지도 못했다. '나한테는 부모도 가족도 없는 걸'이라는 하루카의 대사는 단순히 '허니
트랩' (역주: 여성 스파이가 대상 남성을 유혹하는 것)일 뿐이었고 슌스케가 너무나 쉽게
걸려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설마 발렌타인 초콜릿을 건네주는 전개가 될 줄이야...

10. 하루카는 '미래에서 죽은 고트 친딸의 복제'라는 설정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 밖에 상
상이 안되었지만, 해피 엔딩이 되어 정말로 다행이다.

11. 아르카디아 직원들 중에 또다른 커플이 있는데, 그것도 설정에 이미 쓰여 있었다.

12. 처음에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애니메이션 제작팀과 스퀘어 에닉스측의 관계도 점점
좋아져서, '애니메이션 팀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다만, 처음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탓에, 방송이 시작될 때 '판촉'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
했던 것이 아쉽다.

12. 보는 사람들이 아케이드 게임을 하도록 유도할 거라면, 40화쯤에서 겨우 나온 '버스트
파이트' 시합 같은 걸 1화부터 했어야 했고, 완구 판촉을 위해서는 '라이버드 HS' 처럼 실
제 완구와 똑같이 변형하는 장면을 (완구가 나오는 머신만이라도)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역주: 자이로제터의 변형이, 완구 같은 물리적 변형이라기 보다는 거의 마법적 변신
에 가깝게 묘사되었음을 염두에 둔 발언인 듯.)

13. '라이버드 HS'의 물리 변형은 이쪽에서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스퀘어 에닉스 측에서
애니메이션 팀이 설정과 다른 것을 멋대로 만들고 있다는 식의 미묘한 반응이 나왔기 때
문에, 그 이후에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14. 만약 자이로제터 애니메이션 2기가 나온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팀도 참가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서로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좀더 잘 살려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만들고 싶으니 잘 부탁드린다.

15. 멋대로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한 캐릭터들이 모두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최종 전개에서
그들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길게 보고 싶지 않았기에, 무리해서 마지막 4화로 최종 결전
을 전부 끝내도록 했다.

16. 진실을 말하자면, 제대로 묘사하자니 설정 구멍이 여러가지로 신경쓰여 노도같은 전개
로 끝내 버리자고 생각했다. (웃음)

17. 이번에는 '총감독'이라는 현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입장에서 참가했지만, 가능하면
다음번에는 제대로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고 싶다.

18. 현장을 혼자 도맡아서 관리한 '모리 쿠니히로' 감독에게 감사한다. 총감독으로서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19. 최종화에서 '아르카디아 비밀 기지의 보안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내용의 명대사는 모리
감독이 그린 콘티에서의 애드리브다. 나이스!

20.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강조하면, 정말로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애니메이션 자이로제터
를 정말 좋아한다는 점이다.

... 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가, 모리 감독에게 감사하다, 자이로제터를 정말 좋아한다는
등 몇가지만 제외하고는, 다음날 아침에 총감독이 술이 깬 다음에 전부 삭제해버렸다고 합
니다. 뭐, 왜 삭제했는지는 짐작이 갑니다만... 보는 입장에서는 꽤 흥미로운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덧글

  • 최자♡설리? 2013/09/26 19:35 # 삭제 답글

    이건 제대로 취중진담이라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습니다!
  • 콜드 2013/09/26 19:50 # 답글

    이쯤되면 진짜 취해서 썼다고는...
  • 지나가던 프로듀서 2013/09/26 21:22 # 삭제 답글

    취한 척한거 아닙니까?

    그건그렇고 스퀘어 에닉스와 사이가 좋아졌다는것이 의외군요. 지인이 방송PD연수 과정을 잠깐 이수했는데, 스폰서에서 자꾸 이래라저래라해서 창작이 안되가지고 그만 둿다고 하더군요.
  • 잠본이 2013/09/26 22:27 # 답글

    이런 기밀정보는 인터뷰료 받아가며 비싸게 팔아먹어야 하는데 트윗으로 흘려버리다니(...얌마)
  • 김자이 2013/09/30 17:49 # 삭제 답글

    19. 최종화에서 '아르카디아 비밀 기지의 보안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내용의 명대사는 모리
    감독이 그린 콘티에서의 애드리브다. 나이스!

    이게 제일 중요한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블랙)

4311704
10088
35463695

놀이터 안내판

본 블로그는 완전히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며, 홍보성 게시물은 영리나 비영리를 불문하고 즉시 삭제됩니다. 본 블로그에서 개인적 감상 및 리뷰 작성을 위해 인용된 글이나 이미지 등의 저작권은 모두 원저작자에게 속해 있습니다. 그 인용을 통해 어떤 경제적 이익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요청이 있을 시 즉각 삭제합니다. 본 블로그의 게시물 중에서 독자적으로 창작한 내용들은 출처를 밝히시고 문맥 등을 마음대로 바꾸지 않는 한, 전부 또는 일부를 자유롭게 인용하셔도 좋습니다. 특히 텍스트를 그대로 복사해 가실 경우에는 출처로 링크를 꼭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2ch에서 가져온 사진이나 그림등은 저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퍼가셔도 이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