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교차가 커져서 그런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두통이 생겼더군요. 그래서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자가 치료(...)를 해야지 싶어서 황토 찜질팩을 안고 누워서 이불 덮고 깜빡 잠
을 잤습니다. 그런데 그 깜빡 잠을 자는 동안, 그 지긋지긋한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꾸었습
니다.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에 정리해 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번 꿈 속에서는 '이건 꿈이다'라는 자각이 남아 있더군요. 그래서 군대에
다시 오라는 영장을 받고 나서는 '아아, 또 군대 다시 가는 꿈이로구나. 오래간만이네. 하지
만 이번에는 호락호락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라는 결의를 다지고, 서류를 준비해서 법원에
재입대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내러 갔습니다. 그런데...
* 법원 직원 : 미안합니다. 서류를 받아줄 수가 없습니다.
* 저 : 왜요?
* 직원 : 이건 당신 꿈이잖아요? 현실 세계 법원이 어떻게 당신 꿈 속 일에 참견합니까?
* 저 : (......)
그 논리가 워낙 그럴 듯해서, 저는 할말을 잃고 물러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흐르고 흘러서 어느덧 다시 군대 가기 전날. 이제는 대책이 없겠다 싶어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이메일을 체크하다 보니 눈에 번쩍 띄는 스팸 메일(...)이 들어와 있더군요. 제목은
'재입대 악몽 이제 그만'이라고 하여...
[ 언제까지 군대 다시 가는 악몽에 시달리실 겁니까? 지겹지도 않으십니까? 지금 바로 저희
에게 연락하십시오! 두번 다시 재입대 악몽을 꾸지 않도록 깨끗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
... 라는 내용인데요. 연락처와 함께 '속는 셈치고 연락해 봤더니, 이후 두번 다시 재입대 악
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는 이용 고객들의 증언이 쫘르륵 첨부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반신반
의하면서도, '어차피 꿈인데 사기를 당해봤자야...' 하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상담원에게 이러저러한 사정을 설명했더니만...
* 재입대 악몽 상담원 : 죄송합니다.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 저 : 왜요?
* 상담원 : 이미 꿈을 꾸시는 중이잖아요? 저희는 꿈을 꾸기 전에 예방하는 곳이에요.
* 저 : (......)
* 상담원 : 어차피 이미 시작된 꿈이잖아요? 그냥 눈 딱감고 군대 다시 다녀오세요.
* 저 : (......)
* 상담원 : 거기다 꿈 속에서 시간이 몇년 흘러봤자 깨면 끝이잖아요? 잘 다녀오세요.
... 까지만 듣고 전화를 확 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군대에 다시 들어가는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아아, 이젠 끝장이구나, 역시 재입대 악몽은 자각이 있어도 피할 수 없는 건가
싶었는데, 터덜터덜 입대하는 부대의 위병소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더군요.
[ 혹시 군대 다시 가는 악몽 때문에 여길 오셨습니까? 그러면 재입대 악몽 상담소로 와주세요. ]
... 하는 문구와 함께 커다란 화살표가 붙어 있더군요. 그 화살표를 따라가 봤더니만, 가건물처
럼 생긴 상담소가 하나 있었는데, '재입대 악몽 상담소'라는 간판이 어쩐지 오싹해 보였습니다.
노크하고 들어가 봤더니 어둠컴컴한 건물 안에 책상이 하나 놓여 있고, 나이 지긋한 군무원 한
명이 심심한 듯이 TV를 보면서 놀고 있다가 맞이해 주었습니다. 사정을 설명했더니만...
* 군무원 아저씨 : 쯧쯧,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좋았는데... 자네 속은 거야.
* 저 : 왜요?
* 아저씨 : 생각해 봐, 이건 지금 자네 꿈이잖아?
* 저 : 그렇죠.
* 아저씨 : 그런데 자네 꿈 속의 법원이 현실 세계 법원일리가 있겠어?
* 저 : 앗!
* 아저씨 : 그리고 꿈 속에서 광고해 놓고 무슨 악몽을 꾸기 전에 예방한다는 거야?
* 저 : (......)
* 아저씨 : 그런 식으로는 재입대 악몽을 피할 수 없어.
* 저 : 그럼,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 아저씨 : 간단하지. 꿈에서 깨면 돼!
* 저 : 그건 알지만요.
* 아저씨 : 괜찮아. 내가 지금 당장 해결해 줄게. 일시적인 후유증은 좀 남겠지만...
* 저 : ???
너무 쉽게 호언장담을 하는지라, 어리둥절 해서 있으려니까, 그 군무원이 갑자기 TV를 끄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만 양손으로 자기 얼굴 가죽을(...) 확 잡아 뜯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아저씨 몸을 찢고 뭔가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괴물이 튀어나와서 곧장 저한테 덤벼드는데,
그걸 보고 기절할 듯이 놀라서...
... '으아악!'하고 허우적거리면서 진짜로 잠에서 깼습니다.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참 동안 심
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갑자기 잠에서 깼기 때문인지 머리가 오히려 더 아프더군요. 그래도
어쨌든 그 아저씨는 약속을 지켰네요. 후유증이 남는다는 말도 맞았고요. 군대 다시 가는 꿈
은 이미 여러 번 꾼 적이 있습니다만, 이번처럼 파란만장한(?) 꿈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재입대 하는 악몽을 꾸게 되면, 다른 건 관두고 바로 그 상담소를 찾아가야 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면 아저씨가 저를 기억하시려나 모르겠네요? (퍼퍼퍽)
심해지기 전에 자가 치료(...)를 해야지 싶어서 황토 찜질팩을 안고 누워서 이불 덮고 깜빡 잠
을 잤습니다. 그런데 그 깜빡 잠을 자는 동안, 그 지긋지긋한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꾸었습
니다.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에 정리해 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번 꿈 속에서는 '이건 꿈이다'라는 자각이 남아 있더군요. 그래서 군대에
다시 오라는 영장을 받고 나서는 '아아, 또 군대 다시 가는 꿈이로구나. 오래간만이네. 하지
만 이번에는 호락호락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라는 결의를 다지고, 서류를 준비해서 법원에
재입대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내러 갔습니다. 그런데...
* 법원 직원 : 미안합니다. 서류를 받아줄 수가 없습니다.
* 저 : 왜요?
* 직원 : 이건 당신 꿈이잖아요? 현실 세계 법원이 어떻게 당신 꿈 속 일에 참견합니까?
* 저 : (......)
그 논리가 워낙 그럴 듯해서, 저는 할말을 잃고 물러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흐르고 흘러서 어느덧 다시 군대 가기 전날. 이제는 대책이 없겠다 싶어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이메일을 체크하다 보니 눈에 번쩍 띄는 스팸 메일(...)이 들어와 있더군요. 제목은
'재입대 악몽 이제 그만'이라고 하여...
[ 언제까지 군대 다시 가는 악몽에 시달리실 겁니까? 지겹지도 않으십니까? 지금 바로 저희
에게 연락하십시오! 두번 다시 재입대 악몽을 꾸지 않도록 깨끗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
... 라는 내용인데요. 연락처와 함께 '속는 셈치고 연락해 봤더니, 이후 두번 다시 재입대 악
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는 이용 고객들의 증언이 쫘르륵 첨부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반신반
의하면서도, '어차피 꿈인데 사기를 당해봤자야...' 하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상담원에게 이러저러한 사정을 설명했더니만...
* 재입대 악몽 상담원 : 죄송합니다.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 저 : 왜요?
* 상담원 : 이미 꿈을 꾸시는 중이잖아요? 저희는 꿈을 꾸기 전에 예방하는 곳이에요.
* 저 : (......)
* 상담원 : 어차피 이미 시작된 꿈이잖아요? 그냥 눈 딱감고 군대 다시 다녀오세요.
* 저 : (......)
* 상담원 : 거기다 꿈 속에서 시간이 몇년 흘러봤자 깨면 끝이잖아요? 잘 다녀오세요.
... 까지만 듣고 전화를 확 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군대에 다시 들어가는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아아, 이젠 끝장이구나, 역시 재입대 악몽은 자각이 있어도 피할 수 없는 건가
싶었는데, 터덜터덜 입대하는 부대의 위병소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더군요.
[ 혹시 군대 다시 가는 악몽 때문에 여길 오셨습니까? 그러면 재입대 악몽 상담소로 와주세요. ]
... 하는 문구와 함께 커다란 화살표가 붙어 있더군요. 그 화살표를 따라가 봤더니만, 가건물처
럼 생긴 상담소가 하나 있었는데, '재입대 악몽 상담소'라는 간판이 어쩐지 오싹해 보였습니다.
노크하고 들어가 봤더니 어둠컴컴한 건물 안에 책상이 하나 놓여 있고, 나이 지긋한 군무원 한
명이 심심한 듯이 TV를 보면서 놀고 있다가 맞이해 주었습니다. 사정을 설명했더니만...
* 군무원 아저씨 : 쯧쯧,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좋았는데... 자네 속은 거야.
* 저 : 왜요?
* 아저씨 : 생각해 봐, 이건 지금 자네 꿈이잖아?
* 저 : 그렇죠.
* 아저씨 : 그런데 자네 꿈 속의 법원이 현실 세계 법원일리가 있겠어?
* 저 : 앗!
* 아저씨 : 그리고 꿈 속에서 광고해 놓고 무슨 악몽을 꾸기 전에 예방한다는 거야?
* 저 : (......)
* 아저씨 : 그런 식으로는 재입대 악몽을 피할 수 없어.
* 저 : 그럼,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 아저씨 : 간단하지. 꿈에서 깨면 돼!
* 저 : 그건 알지만요.
* 아저씨 : 괜찮아. 내가 지금 당장 해결해 줄게. 일시적인 후유증은 좀 남겠지만...
* 저 : ???
너무 쉽게 호언장담을 하는지라, 어리둥절 해서 있으려니까, 그 군무원이 갑자기 TV를 끄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만 양손으로 자기 얼굴 가죽을(...) 확 잡아 뜯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아저씨 몸을 찢고 뭔가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괴물이 튀어나와서 곧장 저한테 덤벼드는데,
그걸 보고 기절할 듯이 놀라서...
... '으아악!'하고 허우적거리면서 진짜로 잠에서 깼습니다.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참 동안 심
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갑자기 잠에서 깼기 때문인지 머리가 오히려 더 아프더군요. 그래도
어쨌든 그 아저씨는 약속을 지켰네요. 후유증이 남는다는 말도 맞았고요. 군대 다시 가는 꿈
은 이미 여러 번 꾼 적이 있습니다만, 이번처럼 파란만장한(?) 꿈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재입대 하는 악몽을 꾸게 되면, 다른 건 관두고 바로 그 상담소를 찾아가야 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면 아저씨가 저를 기억하시려나 모르겠네요? (퍼퍼퍽)
덧글
그나저나 꿈도 참 유쾌(?)하군요.
그래도 현실은 민간인이라 괜찮죠
군대는 1번이면 ok 2번가는건 엿이나 먹으라죠!
신에게 선택(?)받으셨군요...(__)
제가 전역하고 한 5년쯤 지나서 알바 끝나고 정식으로 취직하고 한달도 안지났을떄 입영 통지서가 또 날라와서 다시 군대 가는 꿈... 더웃긴건 꿈 기준역시 이미 군대갔다 전역했는데 먼가 문제로 상병부터 병장까지 1년더 다녀야된다는 묘하계 이상한 내용이었죠...
결국 출근 시간다되어가는데 안일어나는 저를 어머니가 깨우면서 꿈에서 꺰...
제인생 최악의 악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