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hite-screen.jp/?p=32621
인기 만화 '진격의 거인'의 작가인 '이사야마 하지메' 선생의 인터뷰 기사가 일본의 어느
인터넷 뉴스에 게재된 모양입니다. 상당한 장문의 인터뷰 기사던데요. 몇가지 눈길을 끄
는 대목을 뽑아서 요약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현재의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중학교 때 읽은 'ARMS'라는 만화이다. 처음으
로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한 작품이 'ARMS'이다. 그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서, 스토
리를 생각할 때도 '이것이 오리지널 ARMS라고 하면...'라고 적용시키면 상당히 정리가 잘
된다. 무의식 속에 'ARMS'가 있어서, 나중에 '아, 이것은 그 영향이로구나'라고 눈치채게
되는 경우도 많다.
2. 그외에는 '지옥선생 누베'가 있다. 초등학생 시절에 '모나리자' 이야기를 읽고 화장실에
갈 수 없게 될 정도로 무서웠는데, 그런 기억이 '무서운 것'을 그리려고 했을 때 어디선가
튀어나왔을 것이다. 처음에는 눈치 못채고 있다가 인터넷에서 '누베, 좋은 작품이었지~'
'모나리자 에피소드는 트라우마다' 같은 글을 보고 이미지 검색을 해본 다음에, '아, 이것
이 거인이구나'라고 깨달았다.
3. 그밖에도 '죠죠의 기묘한 모험' 같은 다양한 작품의 영향을 받았는데, 공통점으로는 자신
의 몸을 완전히 스스로는 제어할 수 없다거나, 몸안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거나, 몸이 폭주하
거나 변신하거나 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죠죠는 변신 히어로물은 아니지만 '스
탠드'라는 자신을 상징하는 것이 구체화되어 나온다는 부분을 아주 좋아한다. 또한 죠죠는
만화 이외의 것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만화 속에서 꽤 많이 표현하는데, 그러한 부분이 자유
롭구나 하고 생각하여 좋아한다.
4. 스토리 만들기는 영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무래도 잘 만들어진 수준 높은 스토
리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아라키 히로히코 선생처럼 음악을 만화로 그린다거나, 영화를 만
화로 그린다거나 하는 건 못하지만 '만화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협소
한 느낌이 들어서 싫다.
5. 작품에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만화 이외에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뉴스'가 있다. 자
신이 10대였을 무렵에는 (정치적인 의미는 아닌) '넷 우익'이 전성인 시절이었다. 그때의 세
상 분위기에 몹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 세대별로 '적'이 있는데, 우리 세대의 적
이라고 하면, '정보를 붙잡고 있는 것, 발신하는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
가 미디어를 사용해 자기 편의에 따라 정보를 조작하고 있다는 생각이 심어져 있다. 우리들
세대는 '정보를 조작하는 쪽이 적'이라는 불신감을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세대라고 생
각한다.
6. 인터뷰에서 자신은 위기적인 상황이 눈앞에 닥치면 '도망치는 타입의 인간'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만화가라는 위험한 직업을 택한 이유는 우선 학생 시절에 하고 있었던 낙서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이라면 만화의 토양이 넓어서 만화로 먹고 살기 위한 방
법이 잘 알려져 있었다. 딱히 위험한 직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며, '영상' 보다는 만드
는데 돈이 들지 않으니 문턱이 낮다고 생각했다.
7. 만화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컷을 나누어 만화를 완성하는 사람은 적은데,
처음에는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건 조만간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
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컷은 나누고 있었지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스토리였으
므로, 오직 콘티를 잔뜩 그려놓았을 뿐 나머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8. 시골에서는 만화용 종이나 톤을 팔지 않아서, 고속버스를 타고 후쿠오카까지 가서 겨우
구해오곤 했다. 하지만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는, 부끄러워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려놓은 만화가 방에 놓여져 있어 친구들에게 들키기도 했다. 고등학교 동급생들과 그렇
게까지 사이가 좋지는 않았으나 고향집의 방이 창고를 개조한 따로 떨어진 방이었기 때문
에 친구들이 다들 에로 서적을 가져와 거래의 장소로 이용하곤 했다.
9. 에로 서적에 대한 공부만은 열심히 했다. 그런 방면에 스승 같은 동급생이 있었는데, 그
스승의 영향으로 에로 소설을 읽게 되었고 이후 '그대가 바라는 영원'이라는 명작 게임에
빠졌다. 그런 흐름에서 '마브러브'도 플레이했다. 처음에는 에로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플
레이했는데 대단한 SF였으며, 큰 영향을 받았다.
10. '마브러브'로부터는 '제작자의 자세'에 제일 영향을 받았다. 고객이 즐기게 해준다거나,
좋은 기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쾌한 기분이 들게 해야지 혹은 트라우마가 생기게끔
해줘야지 하는 자세를 배웠다. 지금은 이런 게임이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어서 그렇게
놀랍지 않을지 모르지만 발표시에 실시간으로 과격한 그림이 돌연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면
몹시 혼란스럽고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11. '악의'라고나 할까, 플레이하는 사람을 전혀 걱정해주지 않는 건지, 아니면 단지 장난삼
아 상처를 주려고 하는 건지... 그런 제작자의 자세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누베'의 사람을
잡아먹는 모나리자도 당시에는 트라우마로 화장실에도 못갈 정도로 곤란했지만, 그런 기억
에 새겨진 경험이 마치 재산과 같이 느껴진다. 트라우마 체험 같은 '싫은 경험'이 인생을 풍
부하게 한다. 아마도 죽을 때 기억나는 것은 그런 지옥과 같은 체험으로부터 벗어났을 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래 가사에도 있는 '틀림없이 (삶의) 모든 것은 마지막 한순간에 본다
는 주마등에 대한 준비'이다. 그러한 주마등에 더해질 체험을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주
고 싶은 것이다.
12. 만화나 게임 등 미디어 이외의 트라우마 체험이라고 한다면, 부모가 운동을 못해서 그
컴플렉스를 나를 통해 해소하려고 억지로 축구를 시켰는데, 초등학교 때 날아온 축구공이
정면에서 안면 격돌한 적이 있었다. 이후 무서워져서 축구가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사이
좋은 소꿉친구들이 있는 팀이었지만, 그중에 자신은 낙오자라는 것을 자각했다고나 할까
'나는 철저하게 도움 안되는 존재야'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지탱해 나갔다. '자기 부정'을
이때 엄청나게 했다.
13. 어떤 형태로는 '나는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스스로 버텨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의욕을 보이면 시합에 내보낼텐데, 축구가 즐겁지 않고, 친구들이 '너,
빨리 교대해'라는 분위기를 만드니까 시합에 나가면 아주 곤란하다. 그래서 자신을 절대로
시합에 내보내고 싶지 않게끔,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이 되고자 했다. (부모님의
압박 때문에) 절대로 그만둘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적극적이 되면 남에게 폐를 끼치
므로 의욕을 보이지 않고 버텨나간다는 발상이 여러가지 일의 전제가 되어간 느낌이 든다.
14. 지금 생각하면 (축구공 안면 격돌로부터 시작된) 그런 경험이 모든 일에서 '충실한 노력
을 부정하는' '노력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가
모두에게도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아이가 있으면 도와주길 바란다. 다만, 그
런 트라우마 체험 및 열등감이 있었기 때문에 만화를 그리게 되었으므로, 과거로 돌아가서
그런 열등감을 없애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15. 지금 열등감에 한창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음악이나 만화 등 무언가를 만들어서
표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로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무언가 표현하지 않고는 가만 있
을 수 없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16. (조금 전 노력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했는데, 만화를 그리는 것 자체가 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복권을 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복권을 사는 것은 노력이 아니다. 만화는 도박성이 높아서, 생활을 꾸려
나가기가 몹시 어렵다.
17.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충실한 노력으로
그림 실력을 키우자거나, 정면에서 도전해 보자는 생각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 날마다 마감에
쫓기지만 그게 착실한 노력이라는 느낌은 없다. 만화를 그리는 것은 아무래도 어딘가 '놀이'라
고나 할까?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18. 자신이 일한다는 실감을 느꼈던 것은 상경해서 당분간 하고 있던 인터넷 카페 아르바이트
였다. 주 3일짜리 아르바이트이지만 힘들었다. 그때는 남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을 위해 무언가 한다는 건 즐거운데, 아르바이트 장소가 번화가인 이케부쿠로이고,
심야에 술주정뱅이들이 몰려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터무니없는 일을 말하기도 하고 마구
토하는 등. 그때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조차 할 수 없어서, 이 사람들은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인간이 아닌 것이다', '동물원이다'라고 믿어버리기로 헀다.
19. 당시 축구 클럽에서 느꼈던 열등감, 나는 일을 할 수가 없다는 느낌, 집단 속에서 자신이
뒤떨어지고 있는 기분 등을 다시 느꼈다. 어른이므로 필사적으로 일을 배워 노력하려고 했는
데 남들보다 뒤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마도 만화를 그리지 않고 보통 직업
에 종사했다면 상당히 괴로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20. 만약 지금 당시와 같은 술주정뱅이를 만난다면 절대로 얽히고 싶지 않다. 당시에는 직원이
라는 입장이었는데 도망칠 수도 없는 직원에 대해서 술주정뱅이들은 용서가 없고 그냥 사냥감
으로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술주정뱅이들이 거인의 원형의 하나라고 하지만 처음에는 무
섭게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이었는데 지금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잘 모르겠다.
21. '진격의 거인'이 큰 지지를 받아서 들뜨기는 하지만, 그런 느낌이 굉장히 싫다. 우쭐하는
것은 몹시 보기 흉하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서 우쭐해지는 점도 있다
고 생각한다. 생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게 된 시점에서 아마도 성격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
이다. 생계 걱정에 대한 위기감은 없어진 대신, 그러한 '위기감'이라는 감각 자체를 잃어버리
는 게 아닐까 하는 위기감이 있다.
22. 처음에는 생계를 목표로 시작한 만화였는데, 점점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게 되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그리자는 기분이 되었으며, 거기서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
지면서 또다시 조금 의식이 바뀌었다. 애니메이션 덕분에 인지도가 월등히 올랐으므로, 그렇
게 되면 책임감 같은 의식이 태어난다. 제대로 끝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23. '진격의 거인'을 어떻게 끝낼지는 연재 당초부터 정해져 있다고 공언했지만, 구상도 느슨
했고 새롭게 집어넣은 설정도 있으며, 생각도 못했던 캐릭터가 굉장히 활약하기 시작하는 등
최초로 생각하던 결말과 다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
24. (아주 깜짝 놀랄만한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결말을 계획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는 기자
의 질문에 대해) 초기의 충동으로는 '미스트'라는 영화처럼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결말로 하고
싶다는 기분도 있었으나, 지금은 애니메이션을 거쳐서 좋으신 분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으므로,
과연 그런 악의에 가득찬 짓을 할 수 있을지, 아니, 애초부터 그게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이었는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망설이고 있다.
25. 길거리에서 별난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과 그 옆을 지나가는 품행방정한 보통 사람이 있을
경우, 대개 전자가 흥미의 대상이 된다. 마찬가지로 '나쁜 사람'은 뉴스가 되지만, 평범한 좋은
사람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엔터테인먼트는 '좋지 않은 행위'여야 한다고 생
각한다. 거기다 나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것도 그런 좋지 않은 행위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을
'배신하고' 싶긴 하지만, 망설이고 있다. (기자는 이샤아마 선생이 과연 어떤 결론을 낼지 기대
해 보자면서 결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26. 그외 다섯개의 질문에 대한 일문일답도 있더군요.
- 질문) 가장 영향을 받은 것은?
- 답변) ARMS
- 질문)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 답변) 흐름입니다.
- 질문)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 답변) 디스트릭트9
- 질문) 작업장 주변에 반드시 두고 있는 것 베스트3은?
- 답변) 모모이로 클로버Z 관련 상품
- 질문) 지금 재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입니까?
- 답변) 많이 있습니다.
PS) 일웹에서는 '우로부치 겐과 만나면 완전히 의기투합할 것 같다'는 농담도 나오더군요. 보
는 사람의 기대를 배신하고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걸 노린다니... 무섭네요. 하지만 작품이 어마
어마한 인기를 모으고 '사회현상'으로까지 불리는 것으로 보아, 그런 '트라우마'를 원하는 사람
들이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많은 모양입니다.
인기 만화 '진격의 거인'의 작가인 '이사야마 하지메' 선생의 인터뷰 기사가 일본의 어느
인터넷 뉴스에 게재된 모양입니다. 상당한 장문의 인터뷰 기사던데요. 몇가지 눈길을 끄
는 대목을 뽑아서 요약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현재의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중학교 때 읽은 'ARMS'라는 만화이다. 처음으
로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한 작품이 'ARMS'이다. 그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서, 스토
리를 생각할 때도 '이것이 오리지널 ARMS라고 하면...'라고 적용시키면 상당히 정리가 잘
된다. 무의식 속에 'ARMS'가 있어서, 나중에 '아, 이것은 그 영향이로구나'라고 눈치채게
되는 경우도 많다.
2. 그외에는 '지옥선생 누베'가 있다. 초등학생 시절에 '모나리자' 이야기를 읽고 화장실에
갈 수 없게 될 정도로 무서웠는데, 그런 기억이 '무서운 것'을 그리려고 했을 때 어디선가
튀어나왔을 것이다. 처음에는 눈치 못채고 있다가 인터넷에서 '누베, 좋은 작품이었지~'
'모나리자 에피소드는 트라우마다' 같은 글을 보고 이미지 검색을 해본 다음에, '아, 이것
이 거인이구나'라고 깨달았다.
3. 그밖에도 '죠죠의 기묘한 모험' 같은 다양한 작품의 영향을 받았는데, 공통점으로는 자신
의 몸을 완전히 스스로는 제어할 수 없다거나, 몸안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거나, 몸이 폭주하
거나 변신하거나 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죠죠는 변신 히어로물은 아니지만 '스
탠드'라는 자신을 상징하는 것이 구체화되어 나온다는 부분을 아주 좋아한다. 또한 죠죠는
만화 이외의 것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만화 속에서 꽤 많이 표현하는데, 그러한 부분이 자유
롭구나 하고 생각하여 좋아한다.
4. 스토리 만들기는 영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무래도 잘 만들어진 수준 높은 스토
리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아라키 히로히코 선생처럼 음악을 만화로 그린다거나, 영화를 만
화로 그린다거나 하는 건 못하지만 '만화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협소
한 느낌이 들어서 싫다.
5. 작품에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만화 이외에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뉴스'가 있다. 자
신이 10대였을 무렵에는 (정치적인 의미는 아닌) '넷 우익'이 전성인 시절이었다. 그때의 세
상 분위기에 몹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 세대별로 '적'이 있는데, 우리 세대의 적
이라고 하면, '정보를 붙잡고 있는 것, 발신하는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
가 미디어를 사용해 자기 편의에 따라 정보를 조작하고 있다는 생각이 심어져 있다. 우리들
세대는 '정보를 조작하는 쪽이 적'이라는 불신감을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세대라고 생
각한다.
6. 인터뷰에서 자신은 위기적인 상황이 눈앞에 닥치면 '도망치는 타입의 인간'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만화가라는 위험한 직업을 택한 이유는 우선 학생 시절에 하고 있었던 낙서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이라면 만화의 토양이 넓어서 만화로 먹고 살기 위한 방
법이 잘 알려져 있었다. 딱히 위험한 직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며, '영상' 보다는 만드
는데 돈이 들지 않으니 문턱이 낮다고 생각했다.
7. 만화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컷을 나누어 만화를 완성하는 사람은 적은데,
처음에는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건 조만간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
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컷은 나누고 있었지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스토리였으
므로, 오직 콘티를 잔뜩 그려놓았을 뿐 나머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8. 시골에서는 만화용 종이나 톤을 팔지 않아서, 고속버스를 타고 후쿠오카까지 가서 겨우
구해오곤 했다. 하지만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는, 부끄러워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려놓은 만화가 방에 놓여져 있어 친구들에게 들키기도 했다. 고등학교 동급생들과 그렇
게까지 사이가 좋지는 않았으나 고향집의 방이 창고를 개조한 따로 떨어진 방이었기 때문
에 친구들이 다들 에로 서적을 가져와 거래의 장소로 이용하곤 했다.
9. 에로 서적에 대한 공부만은 열심히 했다. 그런 방면에 스승 같은 동급생이 있었는데, 그
스승의 영향으로 에로 소설을 읽게 되었고 이후 '그대가 바라는 영원'이라는 명작 게임에
빠졌다. 그런 흐름에서 '마브러브'도 플레이했다. 처음에는 에로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플
레이했는데 대단한 SF였으며, 큰 영향을 받았다.
10. '마브러브'로부터는 '제작자의 자세'에 제일 영향을 받았다. 고객이 즐기게 해준다거나,
좋은 기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쾌한 기분이 들게 해야지 혹은 트라우마가 생기게끔
해줘야지 하는 자세를 배웠다. 지금은 이런 게임이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어서 그렇게
놀랍지 않을지 모르지만 발표시에 실시간으로 과격한 그림이 돌연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면
몹시 혼란스럽고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11. '악의'라고나 할까, 플레이하는 사람을 전혀 걱정해주지 않는 건지, 아니면 단지 장난삼
아 상처를 주려고 하는 건지... 그런 제작자의 자세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누베'의 사람을
잡아먹는 모나리자도 당시에는 트라우마로 화장실에도 못갈 정도로 곤란했지만, 그런 기억
에 새겨진 경험이 마치 재산과 같이 느껴진다. 트라우마 체험 같은 '싫은 경험'이 인생을 풍
부하게 한다. 아마도 죽을 때 기억나는 것은 그런 지옥과 같은 체험으로부터 벗어났을 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래 가사에도 있는 '틀림없이 (삶의) 모든 것은 마지막 한순간에 본다
는 주마등에 대한 준비'이다. 그러한 주마등에 더해질 체험을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주
고 싶은 것이다.
12. 만화나 게임 등 미디어 이외의 트라우마 체험이라고 한다면, 부모가 운동을 못해서 그
컴플렉스를 나를 통해 해소하려고 억지로 축구를 시켰는데, 초등학교 때 날아온 축구공이
정면에서 안면 격돌한 적이 있었다. 이후 무서워져서 축구가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사이
좋은 소꿉친구들이 있는 팀이었지만, 그중에 자신은 낙오자라는 것을 자각했다고나 할까
'나는 철저하게 도움 안되는 존재야'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지탱해 나갔다. '자기 부정'을
이때 엄청나게 했다.
13. 어떤 형태로는 '나는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스스로 버텨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의욕을 보이면 시합에 내보낼텐데, 축구가 즐겁지 않고, 친구들이 '너,
빨리 교대해'라는 분위기를 만드니까 시합에 나가면 아주 곤란하다. 그래서 자신을 절대로
시합에 내보내고 싶지 않게끔,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이 되고자 했다. (부모님의
압박 때문에) 절대로 그만둘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적극적이 되면 남에게 폐를 끼치
므로 의욕을 보이지 않고 버텨나간다는 발상이 여러가지 일의 전제가 되어간 느낌이 든다.
14. 지금 생각하면 (축구공 안면 격돌로부터 시작된) 그런 경험이 모든 일에서 '충실한 노력
을 부정하는' '노력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가
모두에게도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아이가 있으면 도와주길 바란다. 다만, 그
런 트라우마 체험 및 열등감이 있었기 때문에 만화를 그리게 되었으므로, 과거로 돌아가서
그런 열등감을 없애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15. 지금 열등감에 한창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음악이나 만화 등 무언가를 만들어서
표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로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무언가 표현하지 않고는 가만 있
을 수 없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16. (조금 전 노력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했는데, 만화를 그리는 것 자체가 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복권을 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복권을 사는 것은 노력이 아니다. 만화는 도박성이 높아서, 생활을 꾸려
나가기가 몹시 어렵다.
17.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충실한 노력으로
그림 실력을 키우자거나, 정면에서 도전해 보자는 생각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 날마다 마감에
쫓기지만 그게 착실한 노력이라는 느낌은 없다. 만화를 그리는 것은 아무래도 어딘가 '놀이'라
고나 할까?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18. 자신이 일한다는 실감을 느꼈던 것은 상경해서 당분간 하고 있던 인터넷 카페 아르바이트
였다. 주 3일짜리 아르바이트이지만 힘들었다. 그때는 남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을 위해 무언가 한다는 건 즐거운데, 아르바이트 장소가 번화가인 이케부쿠로이고,
심야에 술주정뱅이들이 몰려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터무니없는 일을 말하기도 하고 마구
토하는 등. 그때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조차 할 수 없어서, 이 사람들은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인간이 아닌 것이다', '동물원이다'라고 믿어버리기로 헀다.
19. 당시 축구 클럽에서 느꼈던 열등감, 나는 일을 할 수가 없다는 느낌, 집단 속에서 자신이
뒤떨어지고 있는 기분 등을 다시 느꼈다. 어른이므로 필사적으로 일을 배워 노력하려고 했는
데 남들보다 뒤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마도 만화를 그리지 않고 보통 직업
에 종사했다면 상당히 괴로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20. 만약 지금 당시와 같은 술주정뱅이를 만난다면 절대로 얽히고 싶지 않다. 당시에는 직원이
라는 입장이었는데 도망칠 수도 없는 직원에 대해서 술주정뱅이들은 용서가 없고 그냥 사냥감
으로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술주정뱅이들이 거인의 원형의 하나라고 하지만 처음에는 무
섭게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이었는데 지금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잘 모르겠다.
21. '진격의 거인'이 큰 지지를 받아서 들뜨기는 하지만, 그런 느낌이 굉장히 싫다. 우쭐하는
것은 몹시 보기 흉하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서 우쭐해지는 점도 있다
고 생각한다. 생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게 된 시점에서 아마도 성격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
이다. 생계 걱정에 대한 위기감은 없어진 대신, 그러한 '위기감'이라는 감각 자체를 잃어버리
는 게 아닐까 하는 위기감이 있다.
22. 처음에는 생계를 목표로 시작한 만화였는데, 점점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게 되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그리자는 기분이 되었으며, 거기서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
지면서 또다시 조금 의식이 바뀌었다. 애니메이션 덕분에 인지도가 월등히 올랐으므로, 그렇
게 되면 책임감 같은 의식이 태어난다. 제대로 끝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23. '진격의 거인'을 어떻게 끝낼지는 연재 당초부터 정해져 있다고 공언했지만, 구상도 느슨
했고 새롭게 집어넣은 설정도 있으며, 생각도 못했던 캐릭터가 굉장히 활약하기 시작하는 등
최초로 생각하던 결말과 다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
24. (아주 깜짝 놀랄만한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결말을 계획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는 기자
의 질문에 대해) 초기의 충동으로는 '미스트'라는 영화처럼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결말로 하고
싶다는 기분도 있었으나, 지금은 애니메이션을 거쳐서 좋으신 분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으므로,
과연 그런 악의에 가득찬 짓을 할 수 있을지, 아니, 애초부터 그게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이었는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망설이고 있다.
25. 길거리에서 별난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과 그 옆을 지나가는 품행방정한 보통 사람이 있을
경우, 대개 전자가 흥미의 대상이 된다. 마찬가지로 '나쁜 사람'은 뉴스가 되지만, 평범한 좋은
사람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엔터테인먼트는 '좋지 않은 행위'여야 한다고 생
각한다. 거기다 나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것도 그런 좋지 않은 행위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을
'배신하고' 싶긴 하지만, 망설이고 있다. (기자는 이샤아마 선생이 과연 어떤 결론을 낼지 기대
해 보자면서 결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26. 그외 다섯개의 질문에 대한 일문일답도 있더군요.
- 질문) 가장 영향을 받은 것은?
- 답변) ARMS
- 질문)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 답변) 흐름입니다.
- 질문)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 답변) 디스트릭트9
- 질문) 작업장 주변에 반드시 두고 있는 것 베스트3은?
- 답변) 모모이로 클로버Z 관련 상품
- 질문) 지금 재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입니까?
- 답변) 많이 있습니다.
PS) 일웹에서는 '우로부치 겐과 만나면 완전히 의기투합할 것 같다'는 농담도 나오더군요. 보
는 사람의 기대를 배신하고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걸 노린다니... 무섭네요. 하지만 작품이 어마
어마한 인기를 모으고 '사회현상'으로까지 불리는 것으로 보아, 그런 '트라우마'를 원하는 사람
들이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많은 모양입니다.
덧글
그런 의미에서 저번 니시오 이신과는 죽이 아주 잘 맞았..(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