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워레인저스 더 비기닝'을 보고 왔습니다. (스포일러)

(사진 출처: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490)

새로 나온 '파워레인저' 헐리우드 영화 '파워레인저스 더 비기닝'을 보고 왔습
니다. 일단 저는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그럭저럭 재미있게
본 것 같습니다. 과거 시리즈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들이나, 고민 많은 10대들
의 모습, 초반에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장르를 잠시 공포 영화로 바꿔버린 리타
리펄사, 후반에 나온 '범블비' 개그 장면(...)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유치하다 싶은 장면도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너무 엄청난 걸 기대하지 않으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이것저것 곰씹어 보니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문득 예전에 각본가 '우로부치 겐'씨가 했던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민간인 주인공이 싸울 동기가 생겨 로봇에 타고
적기를 격파하기까지를 제 1화에서 소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내용의
발언 말입니다. '더 비기닝'을 앞으로 계속될 '파워레인저' 영화 시리즈의 첫편
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니, 우로부치 겐씨의 그 발언이 새삼 머리에 맴돌지
뭡니까?

아닌게 아니라, 이번 작품은 민간인 10대 소년 소녀들이 각자 싸울 동기가 생겨,
변신하고 파워레인저가 되어 메가 조드를 타고 적을 격파하기까지를 다루고 있
는데요. 우로부치 겐씨가 말한 그 어려운 일을 어찌어찌 해낸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만, 5명이나 되는 캐릭터들이 각자의 사연 속에서 시련을 극복하고 파워
레인저가 되는 모습에다, 그렇게 탄생한 파워레인저들이 리타 리펄사와 싸우는
모습까지 보여주다 보니, 아무래도 분량이 좀 빡빡하여 바쁘게 대충 넘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일단 후반부에 나온 리타 리펄사와의 전투씬이 '이게 전부인가?'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분량과 스케일면에서 아쉬웠습니다. 영화 내내 '쟤네들 과연 언제 변신
하려나?'하고 기다리던 가운데 드디어 나온 변신씬과 전투씬이라서 더더욱 아쉬
운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번 작품이
앞으로 계속될 시리즈의 첫화라고 생각한다면, 전투씬 보다 '파워레인저의 탄생'
에 좀더 많은 분량을 할애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번에는 '전투씬이 너무 짧았던 거 아닌가'하는 아쉬움 보다, 주역
캐릭터들이 파워레인저가 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이 좀더 깊이 있게 다루어
졌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각자 복잡한 사연이 있어서
사회나 가족 또는 친구에 불만과 갈등을 느끼고 있던 10대들이 '왜 파워레인저가
되어 알게 된지 얼마 안된 동료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지구를 지키게 되었는가?'
하는 동기가 다소 얕게 다루어진 것 같더라고요.

가만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불만과 갈등 속에서 방황하던 주역 캐릭터들이 '슈퍼
히어로가 되어, 나를 믿어주는 동료들과 함께 지구를 지키는 일'에서 인간 관계의
즐거움과 삶의 보람을 찾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는 건 이해가 갑니다만, 그
게 좀 얕게 다루어진 것 같더라고요. 실제 영화를 보면, 고민 많던 10대들이 (수상
쩍은 존재인 조던과 알파5의 말에 따라) 슈퍼 히어로가 되어 목숨을 걸고 싸우기로
결심하기까지의 중간 과정이 종종 너무 휙휙 넘어간다 싶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블랙 레인저인 '잭'은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머니를 잘 돌보는
효자로 묘사되는데, 그런 배경 설정이 있다면, '만약 내가 위험한 일을 하다 잘못
되면 어머니는 누가 보살피나?'하면서, 좀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어땠
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식입니다. 실제 영화에서 잭은 그냥 당연하다는 듯 파워
레인저가 되기 위한 훈련에 참여하고, 아직 변신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드에 올
라타고 질주하다가 하마터면 큰 사고를 낼 뻔하기도 합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캠프 파이어' 장면에서, 주역 캐릭터
들이 마음을 열고 각자의 사연을 고백하는 모습은 분명 감동적이긴 합니다만, 문
제는 그런 개별 사연들과 '파워레인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 사이의 연결 고리가
약해보인다는 점이죠. 파워레인저의 탄생을 다룬 이번 첫번째 영화에서 그런 연결
고리가 약해보인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울 수밖에 없는데요. 혹시 감독판이라도 따
로 있다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무래도 '민간인 주인공들의 싸울 동기와 첫번째 전투'를 모두 넉넉하게 묘사하
기에는 분량이 빡빡했을 것이며, 그렇다고 전투씬 없이 파워레인저로 변신하는데
성공하는 장면에서 끝내버릴 수도 없었을테니, 이런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런 어려움 속에서 제작진이 최
선을 다해 밸런스를 잡으려고 노력한 결과, 그래도 이 정도로 '나쁘지 않은' 영화
가 나왔다면 오히려 박수를 쳐줘야 할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 아쉬우면서도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면, 조던과 파워레인저의 관계였습
니다. 제 가물가물한 기억 속의 조던은, 파워레인저들을 잘 이끌어주는 현명하고
믿음직스러운 지휘관이라는 이미지였는데요. 이번 영화에서 조던(선대 레드레인
저)이 젊은 신참들을 엄청나게 불신하면서 '리타를 막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그들
을 이용하려는 악당스러운 듯한 모습까지 보이는 게 흥미롭더군요. 한편으로 서로
서로 필요한 관계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서로 믿지 못하는 관계로 그려진,
그런 조던과 신참들의 갈등도 좀더 깊이 다루었다면 한층 재미있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역시나 분량 문제로 어려웠을 겁니다.

어쨌든 이제 다음 영화에서부터는, 이미 탄생한 파워레인저들의 화려한 전투씬이
본격적으로 나오리라 기대되는데요. 과연 얼마나 멋진 전투씬을 볼 수 있을지 기다
려 봐야 겠습니다. 쿠키 영상에서 나온 '토미 올리버'의 등장 떡밥이 어떻게 회수될
지도 궁금하고요. 그런데 설마 이러다가 다음 영화가 안나온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
지요? (퍼퍼퍽)

덧글

  • 나이브스 2017/04/21 20:23 # 답글

    '...그리고 속편 계획은 거짓말 처럼 사라진...'(어이...)
  • 불타는 얼음집 2017/04/22 23:09 # 답글

    직접 보기는 했는데, 음 이거 7부작이라고 된거 보면 원작에 조던 스토리만으로 다룰것 같죠. 여기서 리타가 조던하고 같은 팀 동료였다는 설정을 봐서 누군가에 의해 타락한게 아닐까 해서 흑막이 있을 것 같은데 진짜 최종보스가 나올 가능성이 있겠죠. 아마도 조던 마지막 스토리 우주 대마왕같은 괴물 녀석일걸로 알겠는데 단 최정보스 역할을 못한게 안습이지만 여기서는 진정한 흑막 최정보스 설정이 되겠죠. 나온다면 가오갤 타노스나 닥터 스트레인지 도르마무급으로 나올 건데 도르마무쪽이 훨씬 더 가깝게 나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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